Don.Quixote.2015.720p.BluRay.x264-RUSTED-[Original]

sub2smi by  Michael Archangel

 

돈키호테
맨 오브 라만차

 

니콜라스 신부님!

 

계세요?

 

웬 소란이야?

 

좀 도와주세요
삼촌이 더 심해졌어요

 

머지않은 옛날
라만차의 어느 마을에

 

기사도 책에 푹 빠진
한 노신사가 살았어요

 

밤새도록 책만 보다가
정신이 반쯤 나가고 말았죠

 

맘브리노의
황금 투구를 걸고

 

네놈을
파괴하고 말겠다!

 

엘 사비오 프레스톤

 

프레스톤?

 

사탄의 자식아, 물렀거라!

 

뭐 하는 겁니까?

 

프레스톤을 죽이려던 참이오

 

헌데 실력이 상당하군요

 

만만하게 보면 안 되겠어요

 

우리 마을에 어둠의 세력이
판을 치고 있어요

 

너무 불평등하고
궁핍하고 잔인한 세상이죠

 

-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요
- 난 성에 안 차요

 

오늘 보름달이 뜰까요?
더는 못 기다려요

 

아마 뜰 겁니다

 

보름달이 뜨고
북쪽에서 바람이 부는 날

 

갤러해드 경은
길을 나섰습니다

 

어쩌면 좋죠?

 

며칠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았어요

 

신부님이 주신
저 지긋지긋한 책만 봐요

 

책 좀 본다고
나쁠 건 없단다

 

삼촌 머릿속에
잠깐 먹구름이 지나가는 거야

 

어느 날 밤
하늘에 보름달이 뜨자

 

노신사는 기가 막히게
좋은 생각이 났죠

 

삼촌!
아침 식사하세요

 

삼촌!
잠깐만요!

 

어디 가시는 거예요?

 

가지 마세요!

 

- 안토니아
- 왜 안 막았어?

 

- 누굴 막아?
- 우리 삼촌 말이야

 

있잖아...
이거 받아

 

안토니아!

 

아론소?

 

- 아론소 키하노!
- 저 말씀이십니까?

 

저는 라만차의
돈키호테입니다

 

라만차의 돈키호테라뇨?
대체 어딜 가는 거요?

 

훌륭한 귀족을 찾아야죠

 

제게 기사 작위를
내려줄 겁니다

 

그는 모험을 찾아
여정을 떠났습니다

 

죄인들을 벌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기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고귀한 기사라면
그에 걸맞은 말이 있어야지

 

강하고 용맹한 녀석이니까

 

자네 이름은
'로시난테'가 좋겠군

 

로시난테!

 

가자!

 

로시난테, 여기야!
성을 찾았어!

 

아씨

 

나리, 엘 토보소에
잘 오셨습니다!

 

성주님
정중히 요청하옵니다

 

저와 제 말이
이 근사한 성에서

 

하룻밤만
쉬어가도 되겠습니까?

 

필요한 건
뭐든 말씀만 하십쇼

 

음식도 맛있고
와인도 있죠

 

혹시 다른 게 필요한 건
아니시려나?

 

뭐 해!
손님 접대 안 할 거야?

 

돈값을 하란 말이야!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아가씨들이군요

 

- 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 보통 돈으로 줘요

 

부드럽겠군요

 

음식은 맛있게 드셨나요?

 

- 최고였습니다
- 나리만을 위한 겁니다

 

다음은 뭘 준비해드릴까요?

 

제 청을 들어주시기 전까지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뭔데요?

 

성주님!

 

제게 기사 작위를
내려 주십시오!

 

작위를 내려 달라고요?

 

그래야 이 세상을 유랑하며
사람들을 지켜 주고

 

기사도 정신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농담하시는 거죠?

 

제 검을 사용하십시오

 

성주님

 

덕분에 가장 행복한 기사로
거듭났습니다

 

이 영광을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까요?

 

행복한 기사님이
음식값을 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이런, 죄송합니다

 

기사들은
돈을 안 가지고 다니죠

 

진정한 기사라면
빚을 갚아야지!

 

매정한 사람 같으니!

 

오래된 케이크처럼
성벽이 무너지게 하소서!

 

나리, 괜찮으세요?

 

잠시만요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둘시네아

 

뭐라고요?

 

당신 이름은
둘시네아가 분명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니까요

 

또 어디로 내뺀 거야!

 

당장 떠나세요

 

아버지가 보면
화내실 거예요

 

칼 좀 챙길게요

 

아가씨의 징표를
청해도 되겠습니까?

 

징표요?

 

어디를 가든
당신을 떠올리고 싶소

 

아, 글쎄요

 

드릴 게 행주밖에 없네요

 

친절한 마음을 저버리느니
차라리 내 사지를 잃겠소

 

잘 있어요, 둘시네아
그 마음 잊지 않으리다

 

그대는 불행한 내 마음속의
진정한 여인입니다

 

안녕하세요, 나리!

 

혹시 길을 잃으셨나요?

 

저는 라만차의
돈키호테입니다

 

- 그러시군요
- 무시하는 겁니까?

 

아뇨
제가 좀 취했어요

 

반갑습니다
돈 선생님

 

저는 산초 판사예요
어디 가시는 길인가요?

 

내 목적지는
운명에 달려 있소이다

 

내 행동은
고귀한 목표에 좌우되죠

 

둘시네아의
비할 데 없는 사랑 말이오

 

예쁜가 봐요?

 

그녀의 얼굴은
여름밤의 달처럼 하얗고

 

목은 백조처럼 길며

 

허리는 풀잎처럼 가늘지요

 

가늘다고요?

 

그런 체형이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말이죠
덩치 큰 여자가 좋아요

 

그래서
저희 집사람도 한 덩치 하죠

 

가끔은 손이 세 개였음
좋겠다니까요

 

내 말은 둘시네아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다는 거요

 

그녀의 미모를
부인하는 겁니까?

 

아뇨,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나요, 나리

 

제 말뜻은 말이죠

 

한 남자의 열정이
다른 남자에겐 독이란 겁니다

 

독이라니!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네!

 

각오 단단히 하거라
삼손 악당아!

 

- 뭐라고요?
- 로시난테, 돌격!

 

진정하세요, 나리
저는 평화주의자예요!

 

나리, 괜찮으세요?

 

키하노 나리!

 

나리 얼굴 많이 봤어요
같은 마을에 살거든요

 

난 라만차의 돈키호테라네

 

웬 악마가 내 말에
마법을 걸었군

 

그렇군요

 

나리가 사는 큰 집까지
태워다 드릴게요

 

- 맙소사, 괜찮으세요?
- 괜찮네, 산초

 

거의 다 왔어요

 

가족들이 고마워하겠죠?

 

나리를 안전하게
모셔왔으니 말이에요

 

산초, 자네는
거름 운반일이 좋은가?

 

나쁘진 않죠
어쨌든 바깥일이잖아요

 

집에 있으면
집사람이 집안일 시키거든요

 

먼 곳에서 모험을 하는
영광스러운 꿈을 꾼 적 없나?

 

그 어떤 용 떼보다
소중한 보물을 꿈꾼 적은?

 

불가능한 꿈을 꾸면
남는 건 슬픔뿐이죠

 

하지만 꿈을 이루면
기쁨이 찾아오는 법이지

 

생각해 봤는데
난 종자가 필요하네

 

- 종자요?
- 그래

 

종자가 뭔데요?

 

나와 함께 영광스럽고
기사적인 모험을 할 동료라네

 

노예 말이군요

 

아니야, 산초
그럴 리가!

 

그 어떤 노예나 하인보다
귀한 존재라네

 

종자의 가치는
보통 사람 20명 이상이지

 

그렇군요
있잖아요, 나리

 

나리는 그 어떤 거름 더미보다
훨씬 나은 짐이었어요

 

어떻게 된 거죠?

 

그게...

 

훌륭한 기사님이
아침에 말에서 떨어지셨어요

 

제가 머나먼 길을
모시고 왔죠

 

다치신 거예요?

 

삼촌!
미구엘, 좀 도와줘

 

응, 물론이지

 

이 냄새는
질 좋은 거름 냄새죠

 

근데 빈 수레로 집에 가면
집사람이 노발대발할 거예요

 

- 걸을 수 있어요?
- 난 괜찮다

 

산초 판사가 도와 드리죠

 

전 작은 석조 집에서 살아요

 

산더미 같은 빨랫감에
자식들에 당나귀도 있죠

 

참, 집사람 이름은
테레사예요

 

빨랫감 있으면 맡기세요
집사람 빨래 솜씨가 끝내줘요

 

고맙지만
일손은 필요 없어요

 

평소라면 도와준 대가를
요구하지 않겠지만

 

오늘은 거름 운반을
못해서 말이죠

 

멀리까지 왔는데
빈손이네요

 

물론 선행은
그 자체가 보상이라지만

 

제 생각에는
약소한 돈도 좋을 듯싶네요

 

내가 드릴게

 

안 돼
그러지 마

 

널 위해서 이 정도는
얼마든지 상관없어

 

고마워, 미구엘
고마워요, 산초 판사

 

천만에요

 

부탁인데
이 일은 비밀로 해 주세요

 

물론이죠

 

돈을 받았으니
입은 닫아야죠

 

나리께서
뭐든 필요하시면 말이죠

 

안장이 고장 났다든지
갑옷을 닦아야 한다든지

 

콧수염을 밀고 싶다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제가 바로...

 

삼촌은 당분간
모험 떠날 일은 없을 거예요

 

산초 판사

 

자네한테 신세를 졌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정신을 차리려는지...

 

나 왔어!

 

산초!

 

- 돼지 거름은 어디 있어?
- 말하자면 길어

 

종일 코빼기도
안 비쳤잖아!

 

맞아
그래도 이것 좀 봐

 

훔친 거야?

 

아냐, 안 훔쳤어
키하노 나리한테 받았어

 

큰 집에 사는 노인 말이야?

 

그래, 일감을 더 주겠대
우리 부자 될지도 몰라

 

그래서 우리 빨래를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당신이랑
뽀뽀를 더 많이 해야지

 

냄새나
가서 목욕이나 해

 

그래, 나 냄새난다

 

난 냄새나는 괴물이다!

 

너희들을
젤리로 만들어 주마!

 

안 돼!

 

잡았다!

 

요놈을 먹고
너도 잡아먹을 테다!

 

뭐 하는 거냐?

 

- 책을 태울 거예요
- 그럴 것까진 없잖니

 

삼촌이 크게 다쳤거나
돌아가시기라도 했으면요?

 

- 신부님 탓이에요
- 내 탓이라니, 말도 안 돼!

 

책을 갖다 준 게
누군데요?

 

밤마다 와서 기사 이야기
쏟아낸 게 누구냐고요!

 

삼촌이 정신 나간 이유가
이 책들 때문이라면

 

- 내가 도로 가져가마
- 됐어요, 그럴 시간 없어요

 

삼촌 깨기 전에
다 끝낼 거예요

 

젊은이, 자넨 학생 아닌가
좀 말려 보게나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안토니아 말이 맞아요

 

다 태워 버려야죠

 

안 돼!

 

내 책!

 

- 소중한 내 책!
- 삼촌, 안 돼요!

 

바로 잡고 말 거야!

 

삼촌!

 

- 설명해 드릴게요
- 그럴 필요 없다

 

내 눈으로 다 봤는데
척하면 척이지

 

- 죄송한데 어쩔 수...
- 그 냄새!

 

아주 잘 아는 냄새야

 

범인은 용이야
용이 내 책을 먹어 치웠어!

 

녀석의 고약한 입 냄새가
아직도 진동하는구나

 

용이요?

 

그렇단다

 

내 보물을 파괴하려고
프레스톤이 보낸 거야

 

이게 악명 높은 마법사
프레스톤 짓이라고요?

 

당연한 거 아니오?

 

내 임무는 정해졌어요

 

이 사악한 마법사와
냄새가 지독한 괴물을 찾아서

 

세상을 파괴하기 전에
무찌르는 것이오

 

내 역사가 사라졌어요

 

임무를
꼭 완수해야 합니다

 

그럼 돈키호테의 멋진 모험이
역사로 남을 테니까요

 

오늘 밤은 안 돼요

 

왜냐하면...

 

그게 아직...

 

아직 밖에
용이 숨어 있을 거예요

 

얘야
삼촌은 용이 두렵지 않단다

 

그러시겠죠
하지만...

 

현명한 기사라면
낮에 출발할 거예요

 

그건 그렇구나
그러면 내일 떠나야겠어

 

안녕히 주무세요

 

아침에 다시 얘기해요

 

좋아, 그거야
계속해!

 

좋아
그래, 그렇지!

 

여보
너무 좋아!

 

우린 부자가 될 거야

 

- 자기는 이제 귀부인이야
- 귀부인, 좋지!

 

내일 빨래 주문이
13개나 들어왔다고!

 

뭐지?
도대체 뭐야?

 

당신을 향한
진한 내 사랑!

 

아니
밖에 누가 왔잖아

 

- 산초 판사!
- 맙소사

 

- 그분이야!
- 누구?

 

키하노 나리!
봐, 내가 뭐랬어

 

산초 판사!

 

- 옷이 왜 저래?
- 자기가 기사인 줄 알아

 

- 미쳤다는 거야?
- 아마도

 

산초 판사!

 

어쩐 일이시죠?
괜찮으세요?

 

내 종자를 데리러 왔다네

 

무슨 일이야?

 

서두르게나
바로 떠날 거라네

 

잠시만요

 

- 나를 종자로 쓰고 싶대
- 종자가 하는 일이 뭔데?

 

그건 모르겠지만
바로 떠나자고 하셔

 

지금?
어디로?

 

- 그건 얘기 안 했어
- 돈은 얼마나 준대?

 

잠시만

 

나리!

 

돈은 얼마나 받는지
집사람이 궁금하다네요

 

가서 전하게

 

기사는 종자한테
돈을 주지 않는다네

 

공짜로 미친 노인을 따르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고 전해!

 

남은 평생을
거름만 푸며 살고 싶나?

 

아니면 나와 다니면서
떼돈을 벌고 싶은가?

 

어떻게요?

 

편력 기사들은 말일세

 

섬이나 왕국을 정복하면
종자에게 맡기곤 했다네

 

나도 그 관습을
따를 생각이네만

 

잠시만요

 

됐어
나도 다 들었어

 

도대체
섬은 맡아서 뭐하게?

 

이런 생활에서
벗어 날 수 있잖아

 

사람은 자기 분수에
만족하며 살아야 해

 

우리는 가난해

 

앞으로도 쭉 가난할 거야

 

난 가난해도 행복해

 

이런 속담도 있잖아

 

운이 찾아왔을 때
붙잡지 않을 거라면

 

운이 없다고 해도
불평하지 말라고 했어

 

산초 판사!

 

죄송해요, 나리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산초!

 

남은 평생을
거름만 푸며 살고 싶나?

 

키하노 나리!

 

돈키호테!

 

산초!

 

마음이 바뀌었어요
같이 모험을 떠나고 싶어요

 

위대한 모험을
떠날 준비 됐나?

 

- 네, 나리
- 따라오게, 산초 판사

 

어디로 떠나는 건가요?

 

어떤 마법사와
그자의 용을 찾아야 해

 

놈들이 사는 곳이
곧 우리 목적지라네

 

- 종자는 무슨 일을 하죠?
- 기사가 명령하는 일

 

자네의 첫 임무는
내 새 투구를 구해오는 걸세

 

이왕이면
순금 투구가 좋겠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사 나리

 

근데 알아 두세요

 

솔직히 말해서
전 용감하지 않아요

 

두려워 말게나

 

설사 다른 기사를
만나더라도

 

종자가 전투에 나서는 건
기사 규칙에 어긋난다네

 

다행이네요

 

자네 같은 평민이랑
싸울 게 아니라면

 

자기가 모시는 기사의
명예를 위해

 

힘껏 싸우는 게 도리지

 

영광스러운 전투에서는

 

유혈이 낭자하고
팔다리나 머리가 박살 난다네

 

빛나는 검은
서로의 살점에 묻힐 거야

 

자네 생각보다
자네는 더 용감해

 

산초
무슨 소리 못 들었나?

 

불쌍한 영혼이
도움을 구하는 소리일세

 

- 누군가 도와줘야겠군요
- 가세, 용감한 종자여!

 

제발, 그만하세요!

 

- 누가 양을 잃어버리래!
- 무기를 내려놓아라!

 

비겁한 기사 양반
그걸 전투라고 하나?

 

어린애를 묶어놓고?

 

들이받기 전에
당장 창을 들고 말에 오르게!

 

제 노예 녀석입니다

 

한눈 팔다가 이번 주에만
양 3마리를 잃어버렸죠

 

- 이게 사실인가?
- 양이 달아났어요

 

달아나긴 개뿔
또 그 소리냐!

 

양을 지키라고 했더니
자고 있지 뭡니까!

 

- 돈도 한 푼 안 줘요!
- 그건...

 

저건 거짓말이에요

 

당장 돈을 주지 않으면
내 검 맛을 보여 주겠소

 

- 품삯이 어떻게 되지?
- 한 달에 7레알이에요

 

아니
무슨 헛소리를...

 

- 아니에요
- 몹쓸 놈, 당장 주어라!

 

산초!
아이를 풀어 주어라

 

알겠어요
근데, 이게...

 

일단은 알겠습니다만
문제가 하나 있어요

 

지금은
돈이 한 푼도 없어요

 

무기를 내려놓으시면
밀린 품삯을 꼭 다 줄게요

 

이 몸은 라만차의 돈키호테!
불의는 못 참는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가는

 

끝까지 쫓아가서
벌을 내리겠노라!

 

도마뱀처럼 숨어 봤자
소용없다

 

- 정말 고맙습니다, 나리!
- 좋은 하루 보내거라

 

놈에게 잔뜩 겁을 줬군요
돈키호테

 

모든 악당은
우리를 두려워할 거야

 

정의는 승리한다네

 

내가 헛것을 보는 건가?

 

아니면
우리가 찾던 게 맞는가?

 

맘브리노의 황금 투구!

 

저자가
뭘 쓰고 있긴 하네요

 

저 투구는 말이지
가장 훌륭한 기사를 위한 거야

 

저자는 도둑놈이 분명해

 

투구를 넘기거라
이 도둑놈아!

 

이발사가 쓰는
낡은 양푼이네요

 

- 버릴게요
- 안 돼, 산초!

 

이리 줘 보게

 

마법사들이 온갖 짓을 해도
난 알아볼 수 있다네

 

이건 맘브리노의 황금 투구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

 

그리고...

 

그건 놋쇠라고요

 

자네가 자세히 안 봐서 그래

 

산초
꼼꼼히 보는 법 좀 배워

 

언제까지 이 답답한 곳에
있으라는 것이냐!

 

마님, 도착하면
바로 내려드릴게요

 

갑갑해 죽겠구나!

 

저기 봐라, 산초

 

- 숙녀분이 위험해
- 얼마나 걸리느냐!

 

- 마님!
- 됐다, 말을 말아야지

 

못된 악마야!
여인을 썩 풀어 주지 못할까!

 

물러서시오!

 

경고하는데
물러서십시오!

 

거기 내 말 안 들리느냐!

 

수도사!

 

돌격!

 

- 꽉 잡으세요, 마님
- 도대체 무슨 일이야?

 

- 이발용 양푼 아니오?
- 어디 그런 망발을!

 

이건 맘브리노의
황금 투구니라!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어딜 도망가느냐!

 

대체 이게 무슨 소란들이냐!

 

백작 부인

 

명령만 하십시오

 

저 악당들에게
여인을 위협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겠나이다

 

제 목숨을 걸고 말이죠

 

일어나세요

 

절 위협한 게 아니에요

 

제 하인과 수도사랍니다

 

엘 로시오에 있는
신성한 사당으로 가던 길이죠

 

부인 말씀은 제가 이자들을
용서하라는 것인지요?

 

그게...

 

- 맞아요
- 그럼,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기사도 정신이
살아 있었군요

 

안녕히 가십시오

 

산초!

 

이봐!
그건 내 지갑이야!

 

수도사!
욕심은 자네랑 안 어울려

 

오늘밤은
여기서 묵어야겠네

 

여관은 어떨까요?
돈도 있잖아요

 

별을 지붕 삼아
잠을 청하도록 하지

 

편력 기사답게 말일세

 

전 기사가 아닌데요

 

됐어요
이제 괜찮을 겁니다

 

배가 고픈데
기사님은요?

 

집사람이 준
파이 좀 먹어야겠어요

 

몸이 보내는 사사로운 신호에
무감각해야 하네

 

우리의 소명은 고상한 거야

 

잠도 음식도 물도
없어도 된다는 말일세

 

글쎄요

 

속이 든든해야
다리가 일을 한다잖아요

 

또 잠을 자야
고통이 치유되고요

 

마음대로 얘기하게나

 

근데 자네는
모험가 기질이 다분하다네

 

탁 트인 곳에서 숨쉬기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기

 

그게 바로
자네가 원하는 거지

 

하지만...

 

모험을 찾는 일이
꼭 행복을 찾는 일은 아니죠

 

편력 기사는
행복에 연연하지 않는다네

 

성취감을 먹고 살 뿐이지

 

약자를 구하고
죄인을 벌하면서 말이야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목표라네

 

부상이 고통스럽지 않고
자랑스러워

 

이름 모를 그 여인을
생각하면 말일세

 

여인의 사랑이 없는 기사는
잎이나 열매가 없는 나무라네

 

영혼 없는 껍데기일 뿐이지

 

오른쪽으로 가면 어떨까요?

 

편력 기사는
방향을 틀지 않는다네

 

아무리 위험해도 말일세

 

그건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산초

 

억지로 노예가 된 자들이
보이느냐?

 

무슨 이유가 있겠죠

 

그래도 모른 척할 수 없지

 

그냥 피해 가는 게
최선일 거 같은데요

 

욱하지 말고
가슴으로 생각해 보게!

 

로시난테!

 

무슨 권리로
이자들을 끌고갑니까?

 

왕의 명령이오

 

유죄 선고를 받고
교수대로 가는 겁니다

 

왕명이라잖아요
그만 가요!

 

저희는 결백합니다, 나리

 

전부 정당방위였다고요

 

흉흉한 시기에 잡힌
불쌍한 희생양이죠

 

운 없는 사람들을
이용해 먹는 거예요

 

입 다물어, 파사몬테!

 

동작 그만!
계속 얘기해 보거라!

 

저희는 다들 관대해요

 

호세는 여관 주인이 준
돈만 가져갔고요

 

그리고 엔리케는

 

자기 여자들이 주변 남자들과
다 재미를 봤어요

 

교양이 있어 보이는구나

 

교양 있고 말고요

 

근데 재치가 있다고
못살게 구네요

 

이자들을 풀어 주면
순순히 보내 주겠노라

 

시끄럽다!

 

썩 꺼지지 못할까!
왕명에 늦으면 책임질 텐가?

 

제발요, 나리
형제단에 신고하면 어떡해요!

 

이 창과 검의 힘을
두렵게 여기고

 

내 명을 따르게 해 주마!

 

로시난테

 

로시난테!

 

안 돼!

 

제 뜻이 아니에요!

 

잡아!

 

엔리케!

 

당나귀 내놔!

 

제발 당나귀는
뺏지 마세요

 

돈 내놔!

 

안 돼요
마누라한테 죽어요!

 

내가 먼저 죽여 주지!

 

드릴게요!

 

실컷 울어라
이 뚱보 자식아!

 

잘 가라!

 

내 당나귀에다
은화까지 뺏겼어요

 

내 와인도 마셨다고요
감히 내 와인을!

 

이제 형제단이
우릴 쫓을 거예요

 

위험하다고요!

 

초조해하지 말게나

 

편력 기사는
법 위에 있거든

 

왕명을 거역했잖아요

 

잡히면 죽을 거예요

 

목소리 좀 낮추게나
놈을 깨워선 안 돼

 

- 누구요?
- 거인 말이네

 

거인이 어디 있어요!

 

이거 놓지 못해!

 

내 창을 내놓거라!

 

절대 놓치지 않겠다!

 

내 창 맛을
보여 주고 말겠어!

 

날 겁줄 생각은 마라!

 

하나도 안 무섭다
프레스톤!

 

나리!

 

나리!

 

저건 풍차예요

 

풍차라고?

 

방금까지는 거인이었어

 

이것도 분명
프레스톤 짓이야

 

- 누구요?
- 마법사 말이네

 

놈이 장난친 거야

 

그럼 근처에 있겠군
겁먹지 말게, 산초

 

프레스톤의 몹쓸 장난질은

 

내가 창만 들면
아무것도 아니거든

 

근데 창이 없잖아요

 

나리
제발 내려오세요

 

잠깐이면 돼

 

창 없는 기사가
어디 있나?

 

당나귀 없는 종자는요?

 

맙소사
왜 매번 떨어지는 거예요!

 

나리, 다치셨어요?

 

아주 멀쩡하다네

 

아무튼 오늘 밤은
여기서 묵고 가세

 

담요도 없고
베개도 없고

 

음식이나 와인은커녕
돈도 없어요

 

이젠 궁둥이까지
화끈거린다고요!

 

형제단한테 쫓기고
땡전 한 푼 못 벌었어요

 

감사하게나, 산초

 

드디어 자네가
속마음을 털어놨군

 

원래 영혼도 없고
옹졸한 친구였어

 

그런 저 자신이
좋았다고요

 

자네의 영광스러운 새 삶이
이제 막 시작된 거라네

 

그래서 걱정이에요

 

입에 풀칠도 못 하는 일은
하나 마나예요

 

저는 영원히 당신 거예요

 

제가 만약 죽는다면

 

아니...
사라진다면

 

내 불멸의 사랑을
그대에게 주고 싶소

 

- 저한테 하는 말씀이세요?
- 물론이지, 산초

 

내가 하는 말을
잘 외우게

 

부족할지도 모르겠군요

 

제 깊은 마음을
담기에는 말이죠

 

그대의 미모는
태양처럼 빛납니다

 

그대의 미모는
태양처럼 빛납니다

 

아니, 잠깐

 

호수에 비친
햇살처럼 빛납니다

 

햇살처럼 빛납니다

 

아니야, 산초
잠깐만

 

계속 생각 중인 거예요?

 

그래
좀 집중해서 들어 봐

 

그대의 미모는
햇살처럼 빛납니다

 

잔잔한 호수의
반짝이는 잔물결 같아요

 

저보고
그걸 다 외우라고요?

 

그렇다네, 산초

 

자네가
둘시네아에게 전해야 해

 

프레스톤을
조심하란 말도 해야 하네

 

그녀에게 다가가서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서
가볍게 입을 맞추게

 

네, 알겠어요

 

아주 잘 알겠다고요

 

- 그 여인을 어디서 찾죠?
- 토보소 성에 살고 있어

 

아, 그렇군요
토보소!

 

음식과 술을 팔죠

 

젊은 처자들도 있고요

 

거기라면 저도 좋아요

 

네, 제가 갈게요

 

내 무한한 사랑의 징표로
이걸 좀 전해 주게나

 

서두르는 게 좋겠어

 

마법사와 용이
근처에 있거든

 

서두를 수가 없어요

 

갈 길은 먼데
당나귀도 없잖아요

 

또 채찍에 맞아서
궁둥이까지 따갑거든요

 

조금만 뛰어도 말이죠

 

내 말을 타고 가게

 

난 새 창을 깎으면서
이곳을 지켜야 해

 

걱정 마세요, 나리
산초 판사가 있잖습니까

 

근데 외울 게 뭐였죠?

 

삼촌 말이야!

 

안토니아, 안토니아!

 

너 같은 여자는
저런 데 가면 안 돼

 

밖에 있는
말 타고 오신 분?

 

저 남자!
삼촌을 모시고 왔던 남자야

 

삼촌 말을 타고 왔군요
어디 있죠?

 

- 밖에 있잖아
- 말 말고, 삼촌이요!

 

- 무슨 짓을 한 거예요?
- 무슨 소리야!

 

아가씨 삼촌이
날 여기로 보낸 거야

 

누구한테
말을 전해달라셨어

 

이름이 뭐였더라...
둘시네아!

 

맞아, 확실해

 

둘시네아한테
말을 전하러 왔어

 

누군지는 나도 몰라

 

정말 미치겠네
어디 있어요?

 

- 누구?
- 오만 데를 다 찾았다고요

 

- 거기 무슨 일이야?
- 금방 갈 거예요

 

- 가시죠
- 안 돼

 

어서요!

 

안 그럼 형제단에게
말 도둑이라고 신고할 거예요

 

그래, 갈게
근데 억지로 가는 거야

 

가더라도
와인은 챙겨 가야지

 

잠깐!
돈은 내고 가야지!

 

5레알이야

 

거기에 혼자 뒀다고요?
말도 없이요?

 

난 시키는 대로 한 거야

 

괜찮으세요?

 

몸은 멀쩡해

 

근데 정신이...

 

정신은 상황이 다르지

 

당장 앞장서세요

 

제가 가서 얘기하면
정신을 차릴 거예요

 

정신을 차려?

 

글쎄...
힘들 텐데

 

아가씨는
한참 더 똑똑해져야겠어

 

나리한테 데려다주고
난 이제 손 뗄 거야

 

실례지만 아까 그 말씀
저한테 전하는 말이네요

 

뭐라고요?
그쪽이 둘시네아라고요?

 

그분이
절 그렇게 불렀어요

 

그게...
확실해요?

 

키하노 씨를 아세요?

 

그게 그분 이름인가요?
기사님 말이에요

 

말씀해 주세요
뭐라고 하셨나요?

 

이렇게 말했어요

 

'그대는 잔물결 같습니다'

 

뭐라고요?

 

왜, 있잖아요
호수 위에 잔물결이요

 

그쪽 얼굴이
호수 같다고 했어요

 

호수 같은 얼굴이군요

 

그리고...
마법사요

 

마법사 얘기도 했어요

 

세상에
하마터면 빠뜨릴 뻔했네요

 

그리고...
용이요

 

맙소사

 

아, 그렇지!

 

이걸 전해 주래요
무한한 사랑의 징표라더군요

 

- 저거 삼촌 피예요?
- 그래, 그냥 살짝 긁힌 거야

 

빨리 출발해요

 

무한한 사랑...
정말 그러셨나요?

 

그럼요

 

근데 정신 나간 말도
많이 했어요

 

어떤 말이요?

 

한밤중에 일어나서
한다는 말이

 

'아름다운 그대여
그 어떤 고통과'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하겠어요!'

 

삼촌이
돌아오길 바란다면...

 

도와줄 사람이
한 명 있단다

 

돈키호테!

 

- 산초!
- 별일 없었죠?

 

둘시네아에게
내 얘길 전했나?

 

네, 그럼요

 

형용할 수 없는
미모 아니던가?

 

뭐라고요?

 

형용할 수 없는
미모 말이네, 산초

 

네, 그럼요
한 사람 눈엔 그렇죠

 

그래!

 

차마 제 입으로는
말할 수 없어서

 

직접 데려왔어요!
보세요!

 

어디?

 

못 하겠어요

 

거짓말을 잘 못 해요

 

거짓말이 아니라
환상 같은 거예요

 

저분의 안전을 생각하세요

 

- 전 공주가 아닌걸요
- 삼촌에겐 공주예요

 

그대의 아름다움에
난 눈이 멀었어요

 

이 세상에
당신처럼 눈부신 여인은

 

토보소의 둘시네아 공주
당신뿐이오

 

죄송해요

 

용감한 기사님

 

기사님을 찾아서
다행이에요

 

무슨 고민 있으세요?

 

말씀해 주세요
이렇게 제가 있잖아요

 

저희 왕국을 침략했어요

 

- 누가요?
- 그게...

 

어떤 마법사가요

 

그자는
용을 타고 다닌대요

 

프레스톤이에요!
제가 찾던 놈이죠!

 

아는 사람이군요
좀 도와주실래요?

 

그 악마 같은 놈을
무찌를 수 있는 기사는

 

바로 라만차의
돈키호테입니다

 

저희 왕국의
정말 소중한 은인이세요

 

그런데...

 

용이랑 싸워 보셨나요?

 

용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습니다

 

용 천재나 다름없죠

 

당장 떠나야겠어요

 

말려 보세요

 

저...

 

나리!

 

공주님을
같이 지켜드려야죠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
둘시네아의 안전이라네

 

그러니 자네가
목숨 걸고 지켜 주게

 

내가 토보소를 맡겠네

 

창을 이리 주게

 

나리, 부탁이에요
저희랑 있어 주세요

 

그건 안 돼

 

이 일이야말로
아주 긴급한 문제라서 말이네

 

같이 돌아가기로
계획했잖아요!

 

그래도 1단계는
아주 훌륭했잖아

 

어서 삼촌을 따라가요

 

정말 기사님 같지 않아요?

 

- 그러게요
- 그렇죠

 

맙소사!
형제단이잖아

 

죄지은 거 없잖아요

 

지금이 두 번째인데
갑옷을 알아볼 거야

 

난 라만차의 돈키호테다

 

자네들도 신분을 밝히거라

 

우리는 형제단 사람들입니다

 

필립 왕 밑에서 일하는
평화유지군이죠

 

그런 건 처음 듣는다
로시난테!

 

저리 비키쇼
늙은 양반!

 

마차에서 물러나세요!

 

이 사람을
억지로 가뒀군 그래!

 

풀어 줄 것을 명하노라!

 

바보도 아니고
노예 마차를 막아섭니까!

 

말에서 당장 내리시죠

 

살려 주세요
나쁜 뜻이 아니에요

 

물러나십시오!

 

당장 풀어 주어라!
난 갈 길이 바쁘니라!

 

안 돼요!

 

안 돼!

 

안 돼요
제정신이 아니라고요!

 

감히 왕의 노예를
풀어 주라니!

 

이거 놓아라!

 

웬 놈들이냐!

 

안 돼
그러지 마세요!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둘시네아!

 

둘시네아!

 

내 사랑!

 

내 사랑!

 

내 사랑!

 

감옥이라니!

 

내가 누군지 아나?

 

별 관심 없어요
제정신 아닌 건 알죠

 

이것도
프레스톤 짓이 분명해

 

다 녀석의 심복들이군!

 

어이, 노인 양반!

 

그만 좀 하시죠?

 

난 실패야

 

어둠의 세력이
세상을 지배하겠군

 

왜 가만히 있었어?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 어디 가려고?
- 신부님한테

 

저 언니 좀 데려다줘

 

- 아빠 왔다!
- 아빠!

 

아빠 왔다!
내 새끼들 잘 있었어?

 

아빠 쓰러지겠다
꽉 잡아 줘!

 

선물 가져왔어요?

 

그럼
당연히 가져왔지

 

눈 감아 보렴
자, 다들 눈 감아

 

자, 이제 눈 떠

 

- 저게 뭐지?
- 이거 돌이에요?

 

아니
그냥 돌이 아니야

 

- 그럼 뭐예요?
- 용의 알이란다

 

자세히 들어 보면

 

용이 날갯짓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릴 거야

 

안 들려?
잘 들으면 들린단다

 

들리지?

 

- 엄마한테 보여 드리렴
- 엄마!

 

다들 하나씩 줄게!

 

테레사, 우리 마누라!
나 왔어!

 

이게 잘나신 분 복장이야?

 

내 당나귀는 어쨌어?

 

다 설명할게

 

당나귀에
우리 생계가 달렸다고!

 

제발, 화내지 마

 

정말 이상한 일이 있었어

 

녀석이 당신보다 나아!

 

혼자서 집에 왔다니까!

 

또 당신이 밖에서
부자 타령하는 동안

 

우리끼리
아주 잘살고 있었어

 

테레사, 내 사랑!

 

당신과 애들이
정말 그리웠어

 

가난까지 말이야

 

- 이제 모험 안 할 거지?
- 모험은 끝이야

 

저녁 먹기 전에
집안일 좀 해

 

좋지!

 

저녁 먹은 후에도
할 일이 있어

 

당신이 너무 그리웠어!

 

- 아, 좋아
- 그래, 이거야!

 

산초...

 

자네 생각보다
자네는 더 용감해

 

- 그래, 좋아!
- 내 명예를 걸고 싸워!

 

당신 왜 그래?

 

나리를 혼자
형제단에게 보냈어

 

생각이 있으니까
도망친 거지!

 

산초...

 

거기 누구냐!

 

목적을 밝혀라!

 

동트기 전에 집에 가려는
지친 나그네입니다

 

불가에
좀 앉아도 될까요?

 

우리는 신성한 형제단이다

 

- 가던 길 가거라!
- 신성한 형제단이요?

 

제가 이렇게 한심합니다
어두워서 못 알아봤네요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저희 평민들의 은인이세요

 

불의를 바로잡으시고

 

무고한 사람들을
지켜 주시잖아요

 

와인 좋아하세요?

 

귀한 일 하시는데
여기 와인 좀 드셔 보세요

 

- 됐으니, 갈 길 가!
- 그렇죠

 

형제단이시니 와인 금지령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용서하세요

 

- 그런 금지령은 기억 안 나
- 나도 그래

 

예수님도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과 와인을 마셨지

 

그분이 그렇게 하셨다니
영광스럽게 따라야겠군요

 

이봐, 토마스
진정해

 

목만 좀 축이자고
다들 고생했잖아

 

그러셨군요, 토마스
받으세요

 

여기도 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남으면
저도 한 모금 주시죠

 

- 시끄러워
- 넌 잠자코 있어

 

- 자네, 괜찮나?
- 뭐라고요?

 

어디 아픈 데는 없나?

 

춥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불을 쬐니까 한결 낫네요

 

이봐, 뚱보!

 

저기 허리띠에 있어!

 

열쇠를 이리 줘
얼른

 

당신은!
누군지 알아!

 

아니, 그럴 리가
난 그쪽 처음 봐

 

- 맞네, 채찍질한 그놈!
- 아니야

 

내 당나귀를 뺏고
은화까지 털어 갔잖아

 

난 지금까지
남의 당나귀 뺏은 적 없어

 

- 내가 똑똑히 기억해!
- 내가 좀 흔한 얼굴이야

 

못 믿겠으니까
열쇠에 손도 대지 마

 

답답해 미칠 지경이야

 

당장 열어 주지 않으면
소리 지를 거야

 

소리 지를 거라고!

 

안 돼!
소리 지르지 마

 

딱 조용히 있어

 

그렇지
조용히, 조용히

 

뚱보야, 안녕!

 

돈키호테 나리!
저 산초예요

 

나리의 종자가 왔어요

 

떠나야 해요
여기 형제단이 있어요

 

바보들아, 잘 있어라!
궁둥이 조심하고!

 

안 돼!
나리!

 

내 말을 훔쳐 갔잖아!

 

제발요!

 

나리!
괜찮으세요?

 

놈들이 오기 전에
떠나야 해요

 

나리!

 

나리!
정신 차리세요, 나리!

 

죽으면 안 돼요

 

제발, 죽지 마세요
이렇게는 안 돼요

 

지금은 안 된다고요

 

이런, 산초
난 정말 쓸모없는 놈이야

 

하지만 나리는
라만차의 돈키호테예요

 

제가 본
가장 용감한 남자예요

 

어려운 사람들을
목숨을 걸고 도와주셨죠

 

고맙다는 말은 안 했지만...

 

늘 저의 좋은 모습만
봐 주셨어요

 

나리는 영원히 라만차의
위대한 돈키호테예요

 

나리!
살아 계셨군요!

 

살아 계셨어요!
죽은 줄 알았잖아요

 

아니야

 

꽤 괜찮은 추모사였다네

 

자네는 스스로한테
너무 야박해

 

자네는 내가 본
가장 용감한 종자라네

 

저기 봐!

 

삼촌!
걱정했잖아요!

 

로시난테!

 

안녕, 아가씨

 

저의 귀한 말을 돌려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당장 내려 주시면
좋겠군요

 

성가셨는데
내리면 나야 좋죠

 

정말 짐 덩어리라고요

 

로시난테!
소중한 로시난테!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갑구나

 

삼촌
모험은 그만하세요

 

잡담할 시간 없단다

 

한시라도 빨리
마법사를 찾아야 하거든

 

마법사 같은 건 없어요

 

공주랑 용도
저희가 다 지어낸 거예요

 

좀 말리세요, 신부님!

 

돈키호테

 

미친 짓은 이쯤하고
집으로 가세

 

새 책을 갖다 주겠네

 

같이 성경도 읽고 말이야

 

멋진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네

 

성경은
신부님한테 맡길게요

 

책과 친한 사람도 있지만
저는 무기와 친하답니다

 

그 믿음이 대단하군요
질투도 조금 나네요

 

하지만 지금 믿고 있는
환상들은...

 

진짜가 아니에요

 

신부님의 믿음은
진짜일까요?

 

가자, 산초

 

갈 테면, 가세요!

 

거인한테 정신 나간 머리 좀
손봐 달라고 하쇼!

 

- 신부님!
- 왜!

 

미안하다

 

걱정하지 마, 아가씨
내가 잘 보필할게

 

손 뗀다고 했잖아요

 

아저씨도 미친 거예요?

 

그래, 그런가 봐

 

행운은 용감한 사람을
따르는 법이야

 

우리도 가자
어서

 

다 끝났구나

 

안토니아, 안토니아!

 

안토니아!
어디 가는 거야?

 

경계를 늦추면 안 돼

 

프레스톤은 변신의 귀재라
종잡을 수 없거든

 

충성스런 종자여
자네가 걱정일세

 

걱정 마세요, 기사님

 

드디어
제 소명을 찾았거든요

 

이름이 무엇입니까?

 

난 하얀 달의 기사다!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찾고 있지!

 

그자는
왜 찾으십니까?

 

결투를 신청할 생각이다

 

바로 이 하얀 달의 기사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사라는 걸 보여줄 테다

 

내가 라만차의 돈키호테라네
그 결투를 받아들이지

 

그 어떤 사람도
날 이길 수 없거든

 

안 됩니다, 안 돼
절대 안 돼요!

 

안 됩니다, 나리
너무 위험해요

 

믿음을 가지게나
저자는 호적수를 만난 거야

 

잘 보필하겠다고
아가씨랑 약속했어요

 

물러서라
이 결투는 네 몫이 아니다

 

마법사가
변장한 거라면요?

 

그럼 놈의 명복이나
빌어 주게나

 

조건이 하나 있다

 

봤지?
조건을 걸잖아

 

강적이란 걸 아는 게지

 

오늘 결투에서 진 사람은

 

기사에서
영원히 물러나야 한다

 

영원히?

 

- 그건 반대일세
- 그래, 좋다

 

그럼 깔끔하게
딱 1년으로 하지

 

더는 안 돼

 

나리
지금이라도 취소하세요

 

'빨리 행동하고
여유롭게 후회하라'

 

이런 말도 있잖아요

 

기다리다 지치겠다

 

결투를 받아 주마!

 

1년이라고
맹세한 겁니다

 

알겠소

 

산초 판사
내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네는
날 잘 보필한 거라네

 

고맙습니다

 

돈키호테!

 

이런!
어쩌면 좋아

 

돈키호테, 괜찮으세요?

 

어서요, 나리
아직 기회가 있어요

 

- 항복하는 겁니까?
- 무슨 소리!

 

검을 꺼내라!

 

검이요?

 

그러죠

 

해치지 마세요!

 

그냥 오락가락하는
노인이에요

 

미구엘?

 

나리!
나리, 괜찮으세요?

 

대체 무슨 짓이야?
죽을 뻔했잖아!

 

아니야
건드리지도 않았어

 

어떻게 된 거야?

 

삼촌은 나랑 약속했어

 

돈키호테!
신성한 맹세를 기억해라!

 

앞으로 1년간
갑옷을 입어선 안 돼

 

제가 졌습니다

 

수단과 방법이
어떠했든 간에

 

판단은 역사책이 할 겁니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약속은 지킵니다

 

생각해 보니 할아버지한테
낡은 갑옷이랑 말이 있어서

 

그래서 머리 좀 썼지

 

정말 좋은 생각이었어

 

용감하기도 했고

 

하얀 달의 기사라고?

 

그러게...

 

왜 그랬나 몰라
웃기지?

 

내 임무를
다시 시작할 때까지

 

1년간 전원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산초?

 

양을 키우는 게
꽤 짭짤하다네요

 

괜찮은 생각이군

 

낮에는 양을 키우고

 

밤에는 별빛 아래서
잠을 청하고 말이네

 

아, 멋진 양치기 오두막에서
와인도 마셔야죠

 

벌써부터 기대되는구나!

 

- 안토니아?
- 네, 삼촌

 

이상한 꿈을 꿨어

 

시골길을
여행하는 꿈이었는데

 

내가 편력 기사였단다

 

통통한 종자도 있었어

 

애들 많은 그자랑 닮았는데
이름이 뭐더라?

 

- 산초요?
- 맞아, 산초 판사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아직도 안장에 있는
돌기가 느껴지고

 

결투하느라
온몸이 멍투성이 같아

 

정말 이상하지?

 

나눌 이야기가 많아요

 

아, 그렇지
좋아, 좋아!

 

산초!

 

- 산초 판사!
- 설마!

 

뭐지?

 

산초!

 

키하노 나리 일이에요

 

다신 모험 안 하겠다고
약속했잖아!

 

갈게

 

산초!

 

- 돈키호테 나리
- 이젠 아닐세

 

영원한 돈키호테죠

 

나리는 영원히
라만차의 위대한 기사예요

 

저희 모험 이야기로
온 마을이 떠들썩해요

 

나리의 전설은
영원할 거예요

 

산초, 자네랑 마지막으로
말을 한번 타고 싶군

 

저분이야!

 

형제단한테 잡혔다가
어떻게 탈출했는지 알아?

 

거인이랑도 싸웠대

 

불 뿜는 용도
맨손으로 무찔렀다지?

 

둘시네아!

 

나리께 거짓말을 했어요

 

저는 공주가 아니라
그냥 여관 주인 딸이에요

 

제 이름은
둘시네아가 아니라...

 

정말 예쁜 이름이에요
그대에게 꼭 어울리죠

 

저를 예쁘게 봐 준 사람은
돈키호테 나리뿐이에요

 

있는 그대로 봤을 뿐입니다

 

잘 있어요, 공주님

 

늘 그대를 생각하겠소

 

그렇게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마지막 모험을 떠났고

 

그의 전설은 계속됐습니다

 

돈키호테
맨 오브 라만차

 

카멘 아젠지아노

 

호라티오 샌즈

 

루이스 구즈만

 

베라 체르니

 

제임스 프랭코

 

감독: 마힌 이브라힘
다비드 비이어, 데이브 도로시

 

각본: 멜라니 앤슬리
엘리자베스 엑커, 조나단 마우어

 

원작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 사베드라

 

제작
바네사 팬틀리, 타렉 톰

 

촬영
카르멘 에미

 

미술
엔젤 헤레라

 

편집
조단 레디

 

음악
제레미 램브, 나단 메튜 데이빗

 

의상
질 파즈

 

Origin by  Michael Archangel